𝑺𝒉𝒊𝒇𝒕𝒊𝒏𝒈 𝑺𝒄𝒆𝒏𝒆𝒔
𝟮𝟬𝟮𝟱.𝟭𝟭.𝟬𝟭 — 𝟭𝟭.𝟮𝟵
조재 𝗝𝗼 𝗝𝗮𝗲
박다솜 𝗗𝗮𝘀𝗼𝗺 𝗣𝗮𝗿𝗸
〈Shifting Scenes〉은 끊임없이 확장되는 감각의 지층과 변형되는 장면들의 연속성을 탐구하는 작가 조재, 박다솜 전시이다. 박다솜의 회화는 물리적 시간의 압력 속에서 무너지는 몸을 통해 형태의 확장을 탐구한다. 조재의 작업은 디지털 증식과 자기 참조를 통해 위상의 변화를 드러낸다. 결코 고정되지 않는 세계가 만들어내는 미묘한 떨림과 불안정함,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가능성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완결”의 세계가 아니라 계속 생성되는 장면(scene) 속에서 살아간다. 이 전시는 그 변화의 조용한 파문을 감각적으로 드러낼 것이다.
이번 전시 서문은 조재 박다솜 동시대 작가의 삶과 작업 (뒷)얘기를 포함하여 에이피오프로젝트 정고은 디렉터와 화이트블럭 원채윤 실장의 인터뷰로 대체됩니다. 11월 5일부터 배포될 예정이며 에이피오프로젝트 홈페이지(apoproject.com)를 통해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Shifting Scenes is a duo exhibition featuring artists Jo Jae and Dasom Park, exploring expanding layers of perception and the continuous shift of scenes. Dasom Park’s paintings investigate the expansion of form through bodies that collapse under the pressure of physical time. Jo Jae’s work reveals topological shifts through digital proliferation and self-reference. Visitors will encounter the subtle tremors and instability created by a world that is never static, as well as the new possibilities that blossom within it. We do not live in a world of “completion” but in a continuous process of emerging scenes. This exhibition will sensuously reveal the quiet ripple of that perpetual change.
The exhibition preface will be replaced by an interview featuring the lives and behind-the-scenes stories of contemporary artists Jo Jae and Dasom Park, conducted by Goeun Jeong, Director of APOproject, and Chaeyoon Won, Head Curator of White Block. It will be available for distribution starting November 5 and can be accessed through the APOproject website (apoproject.com).
𝗗𝗔𝗧𝗘 | 𝟮𝟬𝟮𝟱.𝟭𝟭.𝟬𝟭 — 𝟭𝟭.𝟮𝟵
𝗢𝗣𝗘𝗡𝗜𝗡𝗚 𝗛𝗢𝗨𝗥𝗦|𝟭𝟭𝗔𝗠 — 𝟲𝗣𝗠
𝗪𝗘𝗗 – 𝗦𝗔𝗧 (𝗦𝗨𝗡 / 𝗠𝗢𝗡 / 𝗧𝗨𝗘 𝗢𝗙𝗙)
𝗔𝗣𝗢𝗽𝗿𝗼𝗷𝗲𝗰𝘁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71길 25
𝟮𝟱, 𝗦𝗲𝗼𝗯𝗶𝗻𝗴𝗴𝗼-𝗿𝗼 71-𝗴𝗶𝗹, 𝗬𝗼𝗻𝗴𝘀𝗮𝗻-𝗴𝘂, 𝗦𝗲𝗼𝘂𝗹
Shifting Scenes
정고은·원채윤 × 조재·박다솜
2025.11.01, APO Project 전시 오프닝 후 호텔 치커리 바 titasan에서의 짧은 대화
프롤로그
《Shifting Scenes》은 감각의 층이 끊임없이 이동하고, 변형되는 장면 속에서 새롭게 형성되는 지각의 순간들을 포착하는 전시이다.
조재는 손의 감각을 통해 식어가는 세계의 표면을 다시 일으키려하고, 박다솜은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는 회화의 몸을 통해 형식의 유연함을 실험한다.
이번 전시는 APO Project가 꾸준히 이어가고자 하는 장기 기획 시리즈 ‘Focus On’의 한 챕터이기도 하다. 정고은 APO Project 대표는 “10년 이상 작업을 지속해온 작가들을 다시 바라보며, 그들의 감각과 사유가 어떻게 현재의 감각의 체계로 자리 잡았는지를 탐색하는 형식”이라고 ‘Focus On’을 설명한다. 그러니까 단순한 결과물을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라, 작가가 감각을 ‘갱신’해온 과정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프로젝트인 것이다. ‘Focus On’은 앞으로도 큐레이터와 작가의 대화를 통해 작업의 변화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형식으로 꾸준히 이어지며 변해가는 감각의 흐름을 이어가는 연대기로 지속될 것이다.
1. 조재 – 손의 기억, 식어가는 감각의 표면
<원채윤(이하 원)>
이번 〈쿨타임 중〉은 작년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의 《가속지점 Acceleration Point》 때보다 좀 더 고요하다. 그때는 디지털 이미지의 속도와 과잉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훨씬 손의 감각, 물질의 표면 쪽으로 이동한 느낌이다.
<조재(이하 재)>
그렇다. 《가속지점》에서는 디지털 이미지의 범람을 다뤘다고 할까. 감각보다 빠른 이미지의 속도, 그 속도 안에서 감정이 어떻게 소모되는지를 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 전시 이후에는 오히려 ‘손’으로 (다시) 오게 되었다. 이미지를 만드는 동안 내 손이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걸 다시 회복하고 싶었다.
<정고은(이하 정)>
그 시점이 올해 3월, 삼청동 WWNN에서 열렸던 개인전 《FACTORS》였던 것 같다. 그 전시는 조재 작가에게 또 다른 전환점이었다. 화이트블럭의 《가속지점》이 ‘과열된 이미지의 속도’를 다뤘다면,《FACTORS》에서는 그 반대편에서 ‘식어가는 감각’과 ‘표면의 상태’를 본격적으로 건드렸다. 이번 《Shifting Scenes》의 〈쿨타임 중〉은 그 두 전시의 연장선에서, ‘손의 개입’이 전면으로 부상한 결과로 보인다.
<재>
그렇다. 《FACTORS》 때부터 화면을 다루는 감각이 조금 달라졌던 것 같다. 그전에는 이미지를 만드는 속도에 집중했다면, 어느 순간부터 그 속도를 잠시 멈추고 손이 남기는 온도나 흔적을 더 의식하게 되었다. 손끝이 닿는 그 자리에서 생각이 바뀌고, 감정이 남는다는 걸 느꼈다.
<원>
정리하자면 《가속지점》이 ‘과열된 이미지의 시간’이었다면, 이번엔 그 이미지가 식은 자리에서 ‘손의 감각’을 다시 찾는 과정으로 읽힌다. 《FACTORS》 이후부터 화면이 훨씬 감각적인 밀도를 가지게 되었고,〈쿨타임 중〉에서는 그 흐름이 손의 움직임으로 응축된 것 같다. 당신에게 손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생각과 감각이 가장 먼저 닿는 지점처럼 보인다.
<재>
어릴 때부터 그랬다.
아버지가 손을 다치셔서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려우셨다.
그는 늘 내게 말했다.
“손을 조심해야 돼. 절대 다치면 안 돼.”
그 말이 좀 강박처럼 남았던 것 같기도 하고..
언젠가부터 ‘손의 감각’을 잃을까 봐 두려웠다.
그 막연한 두려움이 오히려 감각에 대한 집착으로 바뀐 걸지도 모르겠다.
<원>
그래서 이번 작품의 표면에는 손으로 문지른 자국, 눌러 붙인 흔적이 그렇게 강하게 남아서보이는 건가.
<재>
(끄덕이며) 지금은 손끝이 나의 장비이자 도구이다.
손으로 문지르고, 미디엄(젤 미디엄)을 덧대고, 공기 중에 떠도는 미세한 입자나 냄새 같은 걸 붙잡으려 한다.
사진이나 디지털 이미지가 ‘시각의 결과’라면, 이건 ‘촉각의 시작’ 같은 개념이다.
손으로 표면을 더럽히고 긁고 덮으면서 이미지를 다시 물질로, 감각으로 돌려보내는 거다.
<정>
그 손의 개입이 흥미로운 건, 결국 ‘이미지의 세계로부터의 회복’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조재 작가의 작업은 빠른 세계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감각이 다시 작동할 수 있는 틈을 찾는 일 같다.
<원>
그 과정이 ‘쿨타임’이라면 매우 적합한 네이밍이면서 또한 쿨하기도 하다. (모두 웃음)
감각을 식히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다시 뜨거워지는 순간 같은-
<재>
감각이 식는다는 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시 작동하려는 징후이니까.
젤 미디엄이 마르는 동안, 그 안에는 여전히 미세한 진동이 있다.
그걸 가만히 지켜보는 게 내 작업의 한 부분이다.
빠르게 생성된 이미지를 잠시 식히고, 그 틈에 손의 감각을 다시 개입시키는 일.
<쿨타임 중>은 그 중간의 온도를 시각화한 것이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손이 기억하는 온도 -
2. 박다솜 – 자유를 꿈꾸는 종이, 균형을 잃은 회화의 농담
<원채윤(이하 원)>
이번 전시에서 주요하게 사용하는 매체가 종이인가. 전시장 밖에서 유리문 너머로 볼 때는 얼핏 나무(판넬)인가, 생각했다. 다시 들여다보니 나무와 또 다르다. 나무보다 훨씬 가볍고 캔버스보다 훨씬 유연해 보인다.
<박다솜(이하 솜)>
맞다.
정확하게는 파브리아노에서 나오는 유화 종이를 사용했다. 사실 좀 더 가볍게 유화를 공부해보고 싶어서 선택한 재료였다. 캔버스는 처음부터 너무 완성된 느낌이라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종이는 롤 형태라 반듯한 네모로 자르기 어려웠고, 종이다 보니 쉽게 찢어지고 구겨지기도했다. 그런데 그렇게 비정형으로 찢어진 채 벽에 붙여 놓은 종이를 보니까, 오히려 그 모습이 더 자유롭고 좋아 보였다. 이 상태에서 그냥 작업을 시작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고은(이하 정)>
박다솜 작가의 이런 종이 작업은 2023년 갤러리 SP 개인전 《납작한 불 Flat Fire》에서도 나타났다. 그 전시에 ‘열’과 ‘몸’을 주제로 비정형 종이 위에 작업했던 게 인상적이었다. 그때부터 종이는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태도의 매개’처럼 다뤄졌던 것 같다. 불안정하지만 자유롭고, 평면이면서도 신체처럼 살아 있는 존재. 이번 전시에서는 그 감각이 훨씬 가벼워지고, 균형 속의 유머로 바뀐 듯하다.
<원>
벽에 기대거나 살짝 떠 있는 종이의 모습은, 마치 회화가 자신의 무게를 시험하는 장면처럼 보였다. 그런 작업을 전시장에 걸려면 특수한 방법이 필요할 것 같은데-
<솜>
가볍고 싶어서 종이를 택했는데, 결국 그걸 버티게 하려면 뒤에 나무를 대야 했다.
어느 순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
자유로워지려면 더 무거워져야 한다니-
<솜>
작품이 비정형이 되다 보니 여러모로 품이 더 많이 들었다. 표준 규격이 괜히 표준 규격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셋다 잠시 웃음-)
<원>
그 모순이 회화의 현실 아닐까.
벗어나고 싶지만, 결국 붙잡아야 하는 것들.
<솜>
캔버스 프레임이 없는 천이나 종이는, 벽에서 떨어져 나오면 혼자 설 수도 없는 환자 같은 몸이 된다. 나는 그 몸들을 운반하고, 부목을 대어주고, 전시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림이 ‘이미지’가 아니라 물질이라는 것을 더 선명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원>
완벽히 서지 못하는 회화, 그 아이러니와 유머가 당신 작업의 숨겨진 매력으로 다가온다.
보는 사람은 ‘중력’이나 ‘신체성’ 같은 단어로 읽지만, 사실은 스스로 너무 진지하지 않으려는 농담이기도 한-
<솜>
그게 농담처럼 읽힌다면 참 좋을 것 같다. 내가 바라는 그림은 하나의 이미지에 완벽하게 몰입하게 만드는 그림이라기보다는, ‘어떤 그림이 벽에 걸려 있다’는 상황 자체를 인식하게 만드는 그림인 것 같다. 마치 우리가 메타인지를 하듯이, 그림 스스로도 자신이 그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은.
<원>
그래서 이번 전시는 진지함보다 생동감이 먼저 다가왔다.
종이와 나무가 싸우듯 공존하는 모습이랄까.
<정>
박다솜 작가의 회화는 늘 균형을 잃은 것처럼 서 있지만, 그 불안정함이 오히려 화면을 살아 있게 만드는 힘이 되는 것 같다.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몸의 미세한 떨림, 그게 이번 전시의 또 다른 리듬이라고 말하고 싶다. 결국 ‘완성’보다 ‘유지’의 상태에서 발생하는 감각의 변화— 그 흔들림이 바로 이번 ‘Focus On’이 주목하고자 한 지점이기도 하다.
3. 여운 – 장면 사이의 리듬
조재는 손끝의 기억으로 감각을 되살리고, 박다솜은 무게와 균형의 틈에서 회화의 농담을 만든다.
하나는 감각을 식히며 응고시키고, 다른 하나는 자유로워지려다 비틀거리는 형식을 포용한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리듬으로 감각을 회복하고, 그 차이가 바로 《Shifting Scenes》의 호흡이 된다.
감각은 사라지지 않는다.
식어가는 손끝과 흔들리는 종이 사이에서, 감각은 여전히 변형 중이며 조용히, 그러나 유머러스하게 살아 있다.
그리고 그 여운은, 전시가 끝난 후에도 다른 장면과 상념으로 이어졌다.
에필로그
전시오프닝 날인 11월 1일 저녁, 나는 이태원역에서 내려 전시장으로 향했고 집으로 돌아갈 때도 마찬가지로 이태원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전날 축제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역 주변에는 여전히 통제 인력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는데도 질서가 ‘과도하게’ 유지되는 모습에 쓴 웃음이 났다.
그 풍경은 3년 전의 이태원 참사를 직접적으로 상기시켰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실루엣 너머로, 조재가 2024년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의 전시 《가속지점 Acceleration Point》에서 선보였던 〈모퉁이와 153명 Corner and 153 People〉의 장면이 겹쳐보였다.
그때처럼 지금도- 세계는 여전히 어딘가 어긋난 채로 돌아가고 있고, 우리는 이런 것들에 점점 무감각해져간다.
하지만 조재의 손가락과 박다솜의 종이처럼, 그 어긋남 속에서도 감각은 여전히 자신을 되살리고 있었다.
멈춘 듯한 장면 속에서 미세하게 떨리는 것들, 그것이 우리가 여전히 세계를 느끼고 있다는, 살아나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 대화는 그날 인터뷰어(원)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탓에 분절적이고, 때로는 (인터뷰어의) 상상과 짐작으로 뭉뚱그려지기도 한다. 대화의 순서가 뒤섞이거나 필요에 의해 재구성되었음을, 편의상 경어체 대신 평체로 하였음을 밝힌다. 공동 인터뷰어 정고은과 인터뷰이(박다솜, 조재)의 너그러운 양해에 감사를 전한다.